미시령
인제 원통은 강릉, 속초, 간성으로 갈리는 길의 초입이다. 20여년 전 액센트로 다니던 길의 흔적은 4차선 대로에 눌려 추억할 수가 없다. 세월에 사람도 길도 변했으나 하나는 늙어지고 하나는 새로워진 것 같다. 물도 길도 낯설다. 이정표를 보고 한계령 쪽으로 가지 않고 진부령 쪽으로 가지 않으면 미시령이다. 산아래 모여 가던 자전거들은 고개를 오르며 뿔뿔이 흩어진다. 자기 나름의 몸무게를 이기는 페달질로 앞질러 길을 구하고 뒤쳐저 길을 내어준다. 씩씩거리며 오른 미시령은 사방이 튀어 있어 바람이 세다. 잠깐의 휴식 뒤로 제풀로 내려가면 속초가 저절로 나온다. 200여km의 마지막 10km는 편안하다. 장마의 첫자락을 살짝 앞질러 속초에 왔다. 거창한 계획의 소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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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27.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