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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강 따라 지리산 둘러

자전거질

by 서티제 2022. 11. 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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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산청군를 달리다 보면 지리산 산세에 경호강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차는 높게 달리고 강은 아름답게 흐른다. 차창 밖으로 보던 물과 길이 아름다워 꼭 오고 싶은 곳이었다. 그리고 경호강은 지리산 속에서 나오는 강이다.
금요일 저녁을 고민하다 퇴근 후 주섬주섬 물건와 옷가지를 챙겨 서울고속버스터미날에 도착했다. 새벽 0시10분 진주행 버스에 몸과 자전거를 실었다.
새벽 4시에 진주터미날에 도착하니 날이 차다. 대합실은 잠겨있고 빈 터미날에서 택시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자전거에 올라 첫 여정을 시작한다. 남강댐을 지나 진양호를 둘러서 경호강을 따라 달렸다. 겨울밤이 길어서인지 별이 유난히 반짝인다. 새벽 초승달이 기울어질 쯤 강물이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한다.
달리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다. 산청시내에서 아침을 먹었다. 간편한 백반임에도 놋그릇에 반찬하나하나가 정성스레 담겨져 나와 혼자 먹는 사람에게 과분한 대접 같아 주인에게 미안하다.
강을 따르는 것은 수월하나 고개를 넘는 것은 고통이다. 오도재에 이르는 길은 급하고 높다. 다리에서 허리까지 아파오며 한바퀴 굴리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만바퀴 굴리는 것은 아득하여 자전거에 내리고 말았다. 걷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773m 오도재 정상에 올랐다. 지리산-오도재에 왔으나 진리를 알지도 깨달음도 없다. 다만 바라보는 산과 내려다 보는 길이 아름다울 뿐이다.
오도재를 내려가면 칠선계곡과 뱀사골 입구가 이어진다. 관광버스가 이곳이 붐비는 곳임을 알려 주고 고기 굽는 냄새가 길가에 즐비하다.
달궁 삼거리에서 남원 정령치와 구례 성삼재길로 갈린다. 성삼재는 해발 1070m로 주차장이 넓고 노고단 초입이다. 큰 고개이지만 오도재보다는 수월하게 올라왔다. 산 아래 마을이 선명하게 보인다.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굽이 경사가 심해 브레이크 잡는 손가락이 아플 정도다.
구례시내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땀 때문에 몸에서 나는 쉰냄새가 식당에서 신경쓰인다. 땀의 댓가는 고귀하다 하나 현실에서는 벽이 느껴진다.
섬진강 사성암을 지나 청소길고개를 넘어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순천터미날에 도착해서 오늘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고흥까지 가고자 했으나 아쉬움 없이 여기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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