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슬프다.
저녁에 지도를 이리저리 뒤적여 갈 곳 정하고 왜 가야하는지 몰라 슬프다 새벽에 일어나 채비짐을 챙기면서 베낭 안의 것과 바깥의 것 사이에서 슬프다. 짐은 가벼워야 수월히 나아가고 듬직해야 먼길에 든든하다. 마실 것, 먹을 것, 자잘한 공구들, 여분의 옷가지를 베낭에 넣고 빼며 가벼움과 무거움, 수월함과 든든함 사이에서 슬프다. 길은 하나이고 버스도 가야하고 자전거도 가야한다. 가야하는 것들이 서로를 거추장스러워하는 것 같아 슬프다. 가까워 오는 자전거를 앞지르며 미안하고 멀어가는 자전거를 보내주며 슬프다. 혼자 떠나서 혼자고 앞서서 혼자고 뒤쳐져서 혼자이다. 바람을 밀고 나가며 슬프고 바람에 밀려 나가며 미안하다. 인생의 오르막은 기쁘고 자전거의 오르막은 고통이다. 인생의 내리막은 고통이고 자전거의 내리..
자전거질
2020. 5. 20. 13:51